영화를 볼 때 거대한 폭탄이 떨어져 폭발하는 장면에서 "쾅"이라는 굉음에 가까운 효과음이 들리지 않는다면 그 느낌은 어떨까. 혹은 인기척 없이 적막감이 흐르는 장소를 볼 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상황과 음산한 음악이 흐르고 있는 상황을 비교했을 때 과연 어느 부분에서 더 많은 공포심을 느낄 수 있을까.


이처럼 눈으로 보고 귀로 함께 들으면 그 느낌이 배가 되며 눈으로 보지 않고 귀로만 들어도 사람이 가진 상상력에 의해 어떤 상황이고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도록 해주는 다양한 소리. 이러한 소리는 음악뿐만 아니라 캐릭터들간의 대화, 전투 시 타격음 등 게임안에서도 많은 부분에 적용되어 게임을 더욱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그렇다면 블레이드앤소울에는 게임의 몰입감을 돕기 위하여 어떤 소리가 들어가 있을까. 2월 22일(수)에 있었던 송호근 사운드실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세하게 알아보도록 하자.



송호근 사운드실장

엔씨 소프트 개발본부 사운드실 실장. 리니지1, 리니지2 사운드 개발에 참여했으며 2007년부터 블레이드앤소울의 사운드 디렉터로 참여하여 음향, 음악, 음성의 개발 방향을 제시하며 제작 정책을 이끔.

블레이드앤소울에는 음향, 음악, 음성 더빙을 담당하는 3개의 팀과 250여명의 음향 포스트 프로덕션, 연주자, 성우진 등의 외부 인력이 참가. 게임의 완성도를 위해 감성적이고 웅장한 사운드를 더해 상상 이상의 MMORPG 세계를 완성하고자 함.


▲ 릴레이 인터뷰 4탄의 주인공, 송호근 사운드실장




  • 정보 1. 블레이드앤소울의 음향에 대하여



    캐릭터의 액션성과 리얼한 타격감에 중점을 두다

    플레이어와 NPC가 역동적인 모션을 주고 받거나 카메라 클로즈업을 통해 액션이 강조되는 순간 등 전투 상황에서 플레이어가 청각적으로도 다이나믹한 액션감을 느낄 수 있도록 캐릭터의 상, 하체 움직임의 주요 포인트마다 세부 음향을 표현해 액션감을 강화했다.

    타격 음향은 각 무기와 타격 대상의 재질이 강하게 마찰하고 반발하는 리얼리티 기반의 극사실적 음향으로 표현했으며 액션감을 표현하는 모션 음향은 크게 몸의 중량감과 이동을 나타나는 Step, 몸체의 질감을 표현하는 Body Stuff, 상체와 하체의 움직임으로 공기마찰을 표현하는 Swish까지 세 가지 음향을 주 요소로 삼아 만들어진다.



    2만 개의 음향으로 블레이드앤소울의 월드를 표현

    플레이어의 캐릭터, 몬스터, 분위기, 아이템, UI 등 게임 내 전 분야에 걸쳐 약 2만여 가지의 음향이 들어가 있다. 이는 일반적인 대작 MMORPG 런칭 시점의 음향이 약 6~7천 개 정도임을 고려할 때 세 배에 가까운 음향이 들어가 있는 셈이다.

    다채로운 분위기의 풍경 및 명도와 채도를 반영한 환경 음향에서부터 캐릭터 의상의 소리까지 디테일하고 풍부한 묘사로 유저들과의 상호 작용을 살리고자 노력했다.

    월드의 지면 및 배경 오브젝트 재질에 따라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캐릭터와 NPC의 사운드가 서로 다르게 표현되어 있다. 예를 들어 풀숲과 나무다리를 건너 냇가로 플레이어를 따라오는 NPC가 있다면 플레이어 캐릭터의 발자국 소리도 배경에 따라 바뀌고, 따라오고 있는 NPC의 발자국 소리 역시 변화하게 된다.

    플레이어의 다양한 공격 패턴에 반응하는 NPC의 음향을 위해 한 개체당 음성과 동작에 포함되는 150여 가지의 음향을 제작하고 실제 전투 테스트를 통해 음향을 줄이며 최적화시켰다.



    상황별 주요 음향의 전달력 강화를 위한 실시간 음향 그룹 제어

    상황별로 보다 중요한 음향에 집중 할 수 있도록 각 기능별로 음향을 그룹화시켜 플레이어의 다양한 상황에 따라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기능을 적용. 이동, 전투, 대화, HP경고, 탈진, 사망 등 플레이어의 모든 상태에 따라 집중해야 할 음향을 부각시키기도 하고 왜곡하여 들려주기도 한다.

    지속형 스킬이나 모션, 치명타, 특수 기합 등 플레이어만 들을 수 있는 음향들도 존재한다. 2차 CBT까지는 음향 제어 기능이 잘 마무리 되지 않았으나 다음 테스트에는 많이 개선 된 모습으로 선보일 것이다.



    인 게임 및 시네마틱의 5.1ch 돌비 디지털 사운드로 영화 수준의 음향을 들려준다

    플레이 화면 및 시네마틱 영상에 사용 된 음향은 5.1ch 환경까지 고려하여 제작되었고 5.1ch 사운드를 지원한다. 5.1ch 음향 시스템을 활용하여 게임을 플레이한다면 캐릭터 중심으로 월드 전 방향에 발생하는 모든 음향의 방향감과 거리에 따른 소리의 원근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공간별 울림 효과를 통해 음향의 잔향까지 느낄 수 있다.

    특히 시네마틱 음향의 경우 라이브러리 효과 음향 사용을 배제하고 영화 음향 작업과 같이 Foley Recording (실제 소리를 모사, 재 녹음하여 적용) 방식으로 작업, 음향이 밋밋하거나 표현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퀄리티를 높혔으며 5.1ch 스피커 시스템에서 모두 믹스되었다.

    홈 씨어터 수준의 스피커에서 듣게 된다면 블록버스터 영화 음향에 못지 않은 사운드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거의 모든 장면이 스펙타클한 영상 위주라 어려운 작업이지만 영상의 흥분과 가슴 찡한 감동을 사운드로 구체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 게임 플레이의 감동을 극대화시킨다




  • 정보 2. 블레이드앤소울의 음악에 대하여

    이와시로 타로 음악 감독

    1965년 도쿄 출생으로 도쿄예술대학 음악학부 대학원을 졸업, 피아니스트이자 TV, CF, 게임, 영화 등 폭 넓은 장르에서 음악 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바람의 검심(애니메이션, 일본)/ 검객 아즈미(영화, 일본)/ 카무이 외전(영화, 일본)/ 귀무자2(게임, 일본)/ 살인의 추억(영화, 한국)/ 적벽대전1, 2(영화, 중국) 등이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바람의 검심 및 영화 살인의 추억, 적벽대전1, 2등의 음악 감독을 담당한 이와시로 타로(岩代太郞, Taro Iwashiro)와 함께 2009년부터 21개의 스토리 위주 테마 음악을 제작.

    2010년에는 일본 동경에서 100인조 규모의 오케스트라와 동양의 감성을 표현 할 민속악기 연주자들과 함께 대규모 녹음 작업을 마침. 장기간 개발 과정상 변동사항이나 게임의 세부 흐름들이 음악 제작 중간과정과 완료된 이후에도 영향이 없도록 큰 스토리 위주의 테마로 계획하여 제작 됨.



    마을, 필드, 전투, 시네마틱의 300가지 테마 제작, 한국적 컬러를 표현하는 국악기 레코딩

    월드 내 배치되는 다양한 테마는 내무 음악 팀에서 개발사항을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실제 플레이를 통해 음악을 제작. 초기에 디지털 음원을 이용해 음악을 제작하고 게임에 반영하여 테스트, 최종적으로는 오케스트라 및 솔로 악기들을 사용하여 완성한다.



    제한되지 않은 다양한 장르 표현과 게임의 기능적 측면을 고려한 음악제작

    기존 MMORPG와는 다른 폭 넓은 장르의 음악을 담아보고자 노력함. 파티형 보스 몬스터와의 전투에서 인간형 몬스터는 락 & 테크노 중심의 사운드를, 의읜화 된 동물형 몬스터는 아프리카 리듬의 토속적인 사운드와 남미 스타일의 흥겨움과 코믹한 요소를 포함.

    또한 거구형 괴수 몬스터는 오케스트라 팝 사운드를 조합한 하이브리드 사운드를, 초대형 괴수 몬스터는 합창 편성을 포함한 큰 스케일의 오케스트라 사운드로 표현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



    ▲ 일본에서의 오케스트라 작업




  • 정보 3. 블레이드앤소울의 음성에 대하여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캐릭터와 NPC의 다양한 전투 기합 등 음성을 표현하기 위해 헐리웃 SAG(Screen actor guild) Union 실력파 성우 40여 명을 선발하여 음성 레코딩을 진행. 한 캐릭터당 동작의 강약 및 직업 스킬 형태에 따라 32타입, 총 230여 가지의 차별화 된 기합 음성을 표현하고 있다.

    시네마틱 영상과 게임 내 NPC 대사 표현을 위해 공중파 방송 3사 및 투니버스 소속 80여명의 정상급 성우진과 함께 대사 더빙을 하고 있으며 오픈 시점 모든 대화의 풀보이스화 더빙을 통해 육성을 통한 스토리 전달로 몰입도 향상을 목표하고 있다.

    블레이드앤소울의 주요 인물은 공중파 원로 성우 분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 과거 추억의 외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익숙하게 들었던 따뜻하고, 차갑고, 익살스럽던 기억 속 목소리들을 블레이드앤소울에서 다시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블레이드앤소울 제작에 참여한 주요 성우 명단



    ▲ 블레이드앤소울에는 성우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녹아있다




  • 송호근 사운드실장과의 질답시간을 통해 알아본 블레이드앤소울의 다양한 소리



    = 블레이드앤소울의 음악에 대해 소개 부탁한다.

    현재 제작 된 음악 테마는 총 300가지다. 이와시로 타로 감독과 함께 작업한 것은 300가지 중 약 10%로서 나머지 280여곡은 엔씨 소프트 사운드실에서 직접 프로듀싱하여 작업했다. 



    = 블레이드앤소울의 사운드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음악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힘들지만 블레이드앤소울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한 마디 단어는 바로 역동성인 것 같다. 블레이드앤소울 자체가 무협 액션 게임이라 게임 음향이나 음악에서 역동적인 느낌을 전달해 주고 싶다.



    = 전에 작업했던 리니지1과 리니지2와 비교했을 때 블레이드앤소울의 전체적인 사운드 방향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점은 블레이드앤소울이 무협 액션 게임이라는 점이다. 즉, 액션성과 타격감을 강화하는데 큰 중점을 두었으며 서양 판타지의 느낌이 강한 기존의 MMORPG와는 달리 동양적 감성을 담으려 많은 노력을 했다.

    조금 더 자세하게 표현을 하자면 기존의 MMORPG는 전투 시 타격감 위주로 음향을 구성하기 때문에 모션 음향을 절제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블레이드앤소울의 경우 모션 음향을 표현하지 않으면 역동성이 살지 않고 이러한 느낌이 타격감까지 연결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왔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활을 사용할 때 활 시위를 당기는 소리와 투사체가 발사되는 소리에서도 액션감을 느껴야 활을 쏠 때의 타격감이 극대화 되는 셈이다. 현재 타격 음향에 대해서는 무기의 재질과 타격을 받는 대상의 재질까지 고려해 타격 순간에 두 물체가 마찰하고 반발하는 등 극사실주의로 표현하고 있다.



    = 동양적 감성을 살리기 위해 특별하게 사용한 악기나 참고한 소리가 있는가.

    동양에서 느낄 수 있는 신화적 세계관을 표현하기 위해 무협 영화나 케이블 티비에서 볼 수 있는 무협관련 광고를 많이 참고하는 편이다. 하지만 무협적인 느낌을 너무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단조롭거나 촌스러워지는 결과물이 나오는 것을 알았다.

    블레이드앤소울은 기본적으로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밑바탕으로 유지하고 동양 특유의 서정성을 표현하기 위해 민속 악기 등을 사용했다. 피리와 같은 악기를 사용해 단조풍의 슬픔과 동양의 한을 멜로디컬하게 담았으며 한국적인 느낌의 음향을 위해 대금과 갸야금같은 한국의 민속 악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타악기 역시 서양의 퍼커션이 아닌 동양적인 악기를 많이 사용했다.



    ▲ 동양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사용된 다양한 종류의 타악기




    = NPC 및 다양한 음성을 표현하기 위해 많은 성우가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간단하게 소개를 해주자면?

    다양한 소리를 표현하기 위해 국내 성우 약 80여분이 참여했고 다음 녹음 때는 아마 100명을 채울 것 같다. 특히 예전의 애니메이션이나 외화에서 느낄 수 있었던 특유의 분위기를 블레이드앤소울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 원로 성우 분들을 많이 모셨다.

    간혹 원로 성우분들은 같이 녹음을 하던 동료들이 작고하는 바람에 이제는 주변에 동료가 없다는 소리를 하시는데 블레이드앤소울에서는 그분들의 목소리를 오래 간직하고자 하는 마음도 담겨 있다. 원로 성우분들 외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젊은 층의 성우분들은 목소리의 톤을 보고 캐스팅한다.

    원로 성우분들이 우스갯 소리로 우리나라 성우는 2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말할 때도 있다. 바로 블레이드앤소울 작업에 참여했느냐, 참여하지 않았느냐인데 그 정도로 국내의 많은 성우분들이 우리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성우분들도 게임 작업에 이렇게 많은 성우가 참여하는 것이 놀랍다고 항상 이야기하곤 한다.



    = 성우들의 자세한 선발 기준과 녹음 과정에서 특별히 주문하는게 있는지 궁금하다.

    선발 시 한국에서 방영되고 있는 애니메이션을 본다거나 인터넷에서 성우들이 연기한 캐릭터 정보를 많이 참고한다. 주로 연기한 캐릭터의 성격을 보게 되는데 덩치가 크고 육중한 캐릭터, 비열하고 사악한 캐릭터 등 조금은 특화 된 역할의 연기를 많이 한 성우 분의 경우 잘 모르는 분이라 해도 그 음성을 찾아 블레이드앤소울과 잘 어울리는지 보고 캐스팅한다.

    제작 과정에서는 시네마틱 영상의 캐릭터 표정에서부터 동작 등 대사로 표현되는 것 외에 의성어, 호흡까지 디테일하게 표현해 달라고 요구하는 편이다.

    현재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성우분만 해도 80~100분이지만 블레이드앤소울의 등장인물은 약 800명이라 성우분들이 연기할 때 매우 힘들어하는 편이다. 한 분이 어린 소년에서부터 노인까지 많게는 10명에 가까운 연기를 할 때도 있는데 항상 카멜레온 같이 변화하는 연기를 요청한다. 젊은 성우 분들이 다양한 색을 가지고 있는 편이라 그 분들에게 다채로운 연기를 요청하는 편이다.



    = 각종 효과음을 만드는 과정이 매우 복잡하거나 각종 사물을 이용하는 등 매우 코믹스러운 방법도 동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몬스터 대부분이 많은 애니메이션과 동작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몬스터를 보다 생동감 있게 표현하려면 몬스터의 음성 등 다양한 효과음을 리얼하게 표현해야 그 느낌이 잘 전달된다.

    사실 허구의 생명체인 몬스터의 음성을 창조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개성있는 몬스터 음성을 만들기 위해 녹음실에 미리 제작 된 몬스터 동작 영상을 틀어놓은 후 성우들이 몬스터의 행동을 보며 이상한 소리를 내는 식으로 연기를 한다. 이 때 녹음한 소리에 실제 짐승의 소리를 섞어 몬스터의 소리를 만드는 것이다. 블레이드앤소울 필드에 있는 몬스터 30%는 사운드실 성우의 음성이 담겨있다.



    ▲ 몬스터의 울음 소리에도 성우의 목소리가 포함된다




    = 게임 음악을 하나의 독립적인 예술로 생각하는지 혹은 게임에 도와주는 역할만으로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조금 어려운 질문 같은데 게임 자체가 종합 예술이라 생각한다. 영화를 볼 때 음악만을 따로 즐기진 않듯이 OST처럼 독립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예술이라 생각한다. 게임 사운드만을 독립적 예술로 어필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 게임 음향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데 실제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게임 음악이 아닌 자신이 듣고 싶어하는 음악을 들으며 게임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게임 플레이 자체는 시각적 효과와 청각적 효과로 나뉘게 되는데 게임 사운드 자체는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기는 힘들다 생각한다. 

    게임 사운드의 역할은 시각적으로 구체화하여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을 소리로서 전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대 유적지에 도착했을 때 이 장소가 신비로운 느낌인지, 성스러운 느낌인지 혹은 긴장감이 내포 된 웅장한 느낌인지 등 시각적으로 판별이 힘든 부분을 청각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블레이드앤소울만의 강점인 시네마 영상을 감상할 때 다양한 음향이 함께 해야 더욱 더 큰 감동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게임을 제작하는 전체적인 과정에서 사운드 제작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궁금하다.

    기획팀에서 월드 콘텐츠를 제작하면 해당 기획서를 사운드 팀에서 읽어보고 각 부분에 대해 얼마나 많은 사운드가 필요할지 직접 기획에 들어간다. 그 후 다시 기획팀에게 사운드 제작 기획서를 전달한 후 논의를 하게 된다.

    보통 사운드는 개발 작업 중 맨 마지막에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선행 작업이 완료된 후 뒤늦게 사운드 작업을 시작하면 광범위한 작업을 완성도 있게 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실제 사운드 작업의 50%는 기획서가 완성된 시점에 완료되며 엔씨 소프트 사운드팀의 장점은 직접 개발 과정에 참여하여 혼선되거나 누락되는 부분을 없도록 하는데 있다. 다들 자신의 업무 완성도를 위해 개발팀에게 스스로 많이 다가가는 편이다. 



    = 사운드팀이 개발에 직접 참여하는 구조는 블레이드앤소울 작업 때 구축 된 프로세스인가.

    리니지1, 리니지2에서 잘 풀리지 않았던 어려움이 축적되며 나온 결과 같다. 사실 처음 엔씨 소프트에 입사해서 사운드 관련 작업을 할 때는 매우 수동적이었다. 하지만 작업을 완료한 후 결과물이 공개되었을 때 아쉬운 부분이나 섭섭한 부분이 많이 보이게 되고 이러한 부분을 해결하려고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기획자의 마음가짐이 생긴 것 같다. 이런 점이 가장 많이 반영된 것이 블레이드앤소울인 것 같다.



    = 개발팀에 소속되어 있다보니 사운드 작업을 할 때 다른 팀과도 많은 협업이 있을 것이라 예상되는데 그 과정이 어떻게 되며 진행 과정에서의 마찰이 있진 않은가.

    서로 각자의 영역에서 고민이 깊은 편이라 그런지 심도있는 논의는 힘든 편이다. 그리고 사운드는 개발팀에서도 조금은 특별한 분야라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우리 쪽 일에 대해 많은 이해가 필요한 편이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타격감과 같은 소리를 비주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많은 논의를 한다. 이 과정에서 애니메이션 담당, 비주얼 이펙트 담당, 사운드 담당자가 어떻게 하면 타격 순간의 상황을 잘 표현할까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가장 최적의 느낌을 찾아 선택하게 된다. 실제로도 애니메이션, 비주얼 이펙트, 사운드까지 3박자가 잘 맞아야 타격감이 살아난다.



    ▲ 다양한 소리를 녹음하는 녹음실 현장




    = 기획에 없었던 사운드가 추가 된 사례는 없는가.

    게임 개발 초기 단계부터 사운드팀이 참여하기 때문에 우리가 놓치는 요구사항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사운드 기획에서 어느 부분에 어느 사운드가 들어갈지 직접 연출하게 된다. 

    캐릭터의 음성, 전투 시의 음성 등도 어떤 타입을 어떤 분류로 구분하여 사용할지도 직접 기획하여 제작하는데 차후 테스트 버전에서는 캐릭터 생성과정에서 다양한 음성을 넣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남자는 9가지, 여자는 6가지의 각기 다른 음성이 준비되어 있다.



    = 함께 작업을 한 이와시로 타로 음악 감독을 섭외한 이유와 그에게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주문했는가.

    이와시로 타로 감독은 복수를 주제로 한 음악을 많이 작업한 분이다. 비장함 속에 슬픈 느낌을 잘 담으며 동양적 한의 정서를 잘 표현한다.

    적벽대전1, 적벽대전2가 개봉할 당시 두 편을 모두 감상하며 동양적이며 서사적인 스케일을 영화 안에서 잘 표현했다고 생각했고 이 모든 것이 블레이드앤소울의 무협, 신화적 느낌, 주인공의 복수 등 뒷 배경 스토리에도 잘 맞아 떨어진다고 생각하여 함께 작업을 하게 되었다.

    작업 당시에는 동양적인 색채를 어떻게 게임안에 담을까 많은 고민을 했다. 그 결과로 서양식 오케스트라와 동양의 민속 악기가 함께 어우러진 느낌으로 전체적인 사운드를 구상하게 되었다.



    = 이와시로 타로 감독 등 외국분들과 작업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일본분들은 대체적으로 감정 표현을 자제하며 매우 진지하고 열정적이다. 그리고 예의를 매우 중시하는 편인데 블레이드앤소울의 테마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서 보다 좋은, 완성도 높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 매우 까다롭게 작업을 진행한 기억이 난다.

    하나의 음악마다 한 번에 넘어가는 적이 없었으며 최소 두, 세 번에서 많게는 다섯 번까지 녹음 전 데모 작업을 반복했다. 많은 분들이 함께 작업을 하기 때문에 반복 요청할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완성도 높은 음악을 추구하는 생각이 같아서인지 반복 작업 요청을 잘 받아준다.

    이와시로 타로 감독은 나에게 자주 일본으로 오라고 요청하기도 해서 한 달에 2번 정도는 일본으로 넘어가 토의를 하고 개선 사항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한 번은 가족 및 연인끼리 보내는 크리스마스 이브 날 오라는 요청이 왔는데 블레이드앤소울 음악 책임자로서 흔쾌히 일본으로 넘어가 25일 새벽 2시까지 음악 작업을 했다.

    많은 분들이 크리스마스 이브를 반납하고 작업을 했는데 다들 얼굴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작업을 해주었지만 매우 미안하고 감사하다 생각하고 있다.

    음성을 녹음하는 과정에서 조금 재미있는 것은 외국 성우분블에게 많은 부분을 요구할 시 작업이 순조롭지 못하면 본인 스스로가 답답해하고 미안해한다. 게다가 기합 녹음과 같이 목이 상할 수도 있는 연기의 경우 국내 성우 분들은 차후 작업 등을 위해 목을 아끼는 편인데 외국 성우 분들은 본인이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괴로워하고 부끄러워한다.

    기합 소리 녹음을 미국 등 외국에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많은 인종이 모여 살고 있는 미국답게 다양한 기합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기합의 경우 외국 분들이 시원하게 잘 질러주는 것 같은데 실제 게임에서 기합 연출에 많은 신경을 쓴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캐릭터별로 서로 다른 느낌의 다양한 음성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 3차 CBT에서 배경 음악이나 성우의 목소리 등 주의 깊게 들어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는지.

    대사막에 새롭게 추가 되는 많은 장면이나 시네마틱 영상의 사운드를 잘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간혹 게시판을 보면 블레이드앤소울에서 음악 표현이 잘 되지 않은 편이라는 의견을 볼 수 있었다. 다른 게임에 비해 필드에 많은 음악을 배치하고 다양한 연출을 하려고 노력했는데 귀에 와닿는 인상적인 음악이 배치되지 않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면적으로 리뉴얼 작업을 하여 여러 장소에서 바뀐 음악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2차 CBT에서는 NPC의 음성을 충분히 표현 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테스트를 진행한 분들도 왜 NPC는 한 마디씩만 하느냐는 의견도 많았다. 배재현 PD의 요청도 있었고 서비스 시점까지 NPC의 모든 육성은 풀보이스로 제공 할 계획이다. 3차 CBT에서는 조금 힘들겠지만 주요 퀘스트 및 일부 지역까지는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또 한가지 기획쪽으로 제안해서 추가 된 음악이 하나 있다. 캐릭터를 생성하여 플레이하다가 처음으로 용맥타기를 경험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 곳에 새로운 테마 음악이 추가되었다. 유저가 처음으로 용맥을 탈 때, 그 느낌을 전달해 주고 싶었다.



    = 모든 NPC의 풀보이스화라면 소리의 리소스를 통해 게임이 무거워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생긴다.

    블레이드앤소울에는 음향만 2만개, 테마 음악만 300개 등 많은 음향적 리소스가 사용되었다. 물론 프로그램팀에서도 리소스 최적화 요청도 있었는데 최대한 많은 소리가 출력된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소리가 유저들에게 잘 전달되도록 항상 고민하고 있으며 플레이어의 각종 상태에 따라 음향의 그룹이 실시간으로 변화하여 상황별로 가장 중요한 음향이 전달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게임 내 최종 적용본, 음악 강상용으로 구분하여 음향을 제작하고 있다. 게임을 진행할 때 플레이어 주변의 소리와 배경 사운드가 부딪힐 경우 안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며 전체적인 볼륨도 작은 부분과 큰 부분의 차이를 최소화하고 있다.



    = 블레이드앤소울만의 OST가 발매될 예정인가

    서비스 시작 시점에 OST가 발매될 것 같다.



    = OST와 관련하여 오케스트라 등의 협연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이와시로 타로 감독과의 OST작업은 일본에서 100인조 오케스트라를 통해 이루어졌다. 추가적으로 제작하는 것은 국내 오케스트라팀과 함께 하고 있다.



    ▲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 오케스트라팀과의 협업도 함께 이루어진다




    =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게임 음악이 있다면?

    비장함과 동양적 서정성이 잘담겨져 있는 일본 게임, 귀무자2의 음악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서약식 판타지와는 다른 독자적인 느낌이 잘 담겨져 있다.



    = 사운드실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가 국내에는 몇 없다고 알고 있다. 엔씨 소프트의 사운드실 규모와 외국 회사들과 비교했을 때 어느정도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국내에는 보통 10명 내외로 구성된 규모가 대부분인데 우리는 약 40명 정도로서 일단 국내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규모라고 생각한다. 

    세계적으로도 우리처럼 대형 온라인 게임을 하나의 회사에서 개발하는 형태는 많은 편이 아니다. 우리는 한 조직에서 각종 사운드 개발 경험 및 노하우를 공유하며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발산한다. 앞으로 어떻게 하면 사운드를 발전적으로 개발할 수 있을 것인가 이야기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의 경쟁력이 더욱 더 강해질 것이라 예상한다.

    사운드팀은 몇 가지 담당으로 나뉘고 있다. 사운드 디렉팅부터해서 각종 음향 제작을 담당하고 있는 사운드 총괄팀/ 사운드 음향 디자이너로 구성 된 효과 담당팀/ 음악의 작곡 및 프로듀싱을 맞고 있는 뮤직 작곡가/ 보이스 캐스팅 및 연기 지도, 레코딩에서 더빙까지 전체 지도를 담당하는 보이스 더빙 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 사운드 분야에 지망하는 후배들이 엔씨 소프트 사운드팀에 들어가기 위해 염두해둬야 할 점이 있다면?

    현재 사운드팀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중이라 생각한다. 보통 사운드 제작은 리소스 제작자 마인드로 입사를 하게 되는데 아티스트적 마인드와 개발자적 마인드를 함께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창의력도 중요하지만 게임에서 요구하는 기능적인 부분을 잘 수행해야 하며 효과음과 같은 음향을 접할 때 이런 부분이 게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분석적인 생각도 하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 블레이드앤소울을 기다리는 유저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게임 사운드는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고 귀에 들리는 것으로서 유저들이 플레이하며 감동과 흥분을 느낄 수 있도록 열심히 개발하고 있는 사운드쪽의 노력도 잘 느껴주셨으면 한다. 지금까지 표현하지 않았던 많은 부분을 사운드에서 표현하려 노력하고 있으니 블레이드앤소울의 사운드에 많은 애정과 관심을 부탁한다.
  • 출처 -  http://www.inven.co.kr/webzine/news/?news=42408